2025학년도 수능이 있는 날이다.
중학교 교사라서 사실 크게 와닿지 않지만
그래도 매년 이맘 때면 제자들이 생각이 난다.
2021학년도에 교직생활 처음으로 담임을 하지 않았다.
그때 중3 수학을 가르쳤는데, 달고 올라오지도 않았고
비담임이다 보니 어느반 수업에 들어가도 어색했다.
첫 비담임이라 어색하고, 어디 정 붙일 반도 없던 그 때.
한 학기가 지나가며 붙임성 좋던 아이들과 많이 친해졌고
어느 반을 들어가더라도 즐겁게 수업할 수 있게 되었다.
당시 학교에 젊은 남자 교사가 나밖에 없어서 그런가,
이상하리만큼 학생들은 나를 좋아해줬다.
저녁 먹고 소화 시킬겸 부산시민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었다.
산책하고 있다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렸을 뿐인데, 아이들 연락이 쏟아졌다.
학교밖에서 선생님을 만나는 게 신기한 아이들은, 날 애타게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숨바꼭질이 시작되었고, 아이들은 시민공원 근처에 있는 다른 아이들까지 불러 날 찾았다.
만나주지 않으면 집에 가지 않겠다는 반협박성 디엠을 받은 후 결국 숨바꼭질 포기.
아이들과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 나누던 떄가 생각난다.
내 유일한 개인기인 물구나무서기를 보여줬더니 아이들이 물개박수 쳐주기도 했다ㅋㅋㅋㅋ
이때는 코로나 시기라서 체험학습을 당일 체험형으로 진행했었다.
다같이 루지를 타러 갔는데, 눈치싸움 실패로 온갖 부산시 내에 있는 학교들이 다와서
3개 타려고 했는데, 2번밖에 못탔던 날.
그래도 아이들과 즐겁게 웃으면서 체험할 수 있었다.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 이 아이들이 졸업을 하고 벌써 수능을 치고 있다.
늘 제자들이 수능을 치는 날은 걱정이 되곤 한다.
긴장을 많이 해서 문제를 못푸는 것은 아닌지, 답안지를 밀려쓰진 않을지,
평소보다 많이 못쳐서 힘들어하진 않을지.
이미 내 손을 떠난 학생들이지만, 걱정이 안 될 수 없다.
특히, 올해는 재수생 제자들도 많아서 다들 걱정된다.
뒤돌아보면 나도 참 힘들었다.
고3내내 가파르게 오르던 모의고사 점수.
9월에 모의고사에서 만족할 점수가 나왔고, 목표로 하던 대학에 진학할 수 있던 점수가 나왔다.
하지만, 2008학년도 수능날 감기몸살에 긴장까지 더해져서 평소 점수보다 40점이 낮게 나왔다.
스스로에게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선생님들은 재수를 권할 정도로 안타까워 하셨고,
무엇보다 아버지께서는 큰 실망감에 밥도 먹지마라고 하셨었다.
그래서 내 19살 12월, 20살 1, 2월은 잔인하리만큼 힘든 시간들이었다.
재수를 준비하려다, 결국 성적을 낮춰 대학에 갔다.
그 이후 다양한 방면에서 노력하며 많은 것들을 이뤘지만,
그 시절의 나는 너무 힘들었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지만, 그때의 힘듦은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끼는 힘듦이었기에
이겨내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걱정이 된다.
먼 미래에서 보면 별 것 아닐 수 있는 그 힘든 시기가,
지금의 아이들에겐 처음이기에,
이겨내는 방법을 알 때까지 겪을 아픔이 걱정된다.
지금은 수학을 치고 있는 시간일테다.
내 전공이니, 내가 기도하겠다.
찍어서라도 맞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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