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일기

[교사 일기] 제자의 연락을 받고 마음 따뜻해지는 밤

최태태 2024. 11. 16. 12:08

 

중3 담임을 맡던 때이다.

 

아이들을 달고 올라오지 않아, 사실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시기.

 

반편성한 명단을 받았지만, 사실 이름을 봤자 아는 것도 아니니

 

대충 보고 있는데...

 

우리반 구성을 들으신 어느 선생님이 찾아오셨다.

 

"이건 아니야."라고 첫마디를 떼신 그 선생님께서는

 

우리반에 사고뭉치 2명에, 그아이들과 있으면 물이 들 예비 사고뭉치 몇 명.

 

그리고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받을 예민한 감성의 아이들까지.

 

환장의 콜라보라고 하셨다.

 

음... 매년 반편성을 하는 것이지만, 사실 입맛대로 자기 학생을 다 데려갈 순 없다.

 

근데, 말만 들어보면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속으로는 "하... X됐다" 하면서도

 

겉으로는 웃으며 "괜찮아요, 선생님. 제가 열심히 해볼게요."

 

그리고 종업식날 신담임 시간에 아이들을 처음으로 만났다.

 

이미 선배들한테 내 얘기를 많이 들었기에 아이들은 긴장하고 있었다.

 

늘 그러하듯 똑같은 인삿말.

 

"너희가 그 1/5 확률을 뚫고 재수없게 우리반 걸린 아이들이구나?"

 

나는 분명 웃자고 한 소리인데, 아이들 표정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늘 그렇듯 나의 교육 철학, 내가 반을 어떻게 케어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한 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선배들 말 들어서 알 것이다.

나는 공부 잘하는 놈, 못하는 놈 구분 안 한다.

착하고, 나쁘고만 구분한다.

착한 학생에겐 한없이 다정하게 대해주지만

나쁜 학생에겐 더없이 나쁜 사람이 될 것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우리반 시스템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고,

학교 규칙, 학급 규칙에 반하는 학생은 아마 1년 동안 나와 함께 힘들것이다.

 

학생이 해야될 행동을 못하게 하지도 않고,

학생이 하면 안 될 행동을 하게 하지도 않는다.

 

내가 너희들에게 요구하는 행동은

마땅히, 학교생활, 학급생활, 그리고 사회에서 요구하는 올바른 행동일 것이다.

 

그러니 잘 따라오길 바란다.

그러면 그 누구보다 학교 생활이 재밌고, 행복할 것이다.

 

지금까지 학교 규칙, 학급 규칙, 그리고 사회적 규범을 어기는 것이 당연한

비정상의 정상화가 된 학생들이 있다면

봄방학 내내 마음을 단단히 바꿔서 오길 바란다.

 

나는 지금까지 학생을 포기한 적이 없다.

그러니 나보다 너희가 더 먼저 지칠 것이니,

차라리 빨리 바껴라."

 


 

그렇게 3월이 되었을 때, 사고뭉치 중 1명은 마음을 단단히 먹고 돌아왔고

 

나머지 한 명은 3월달 내내 나와 아웅다웅하며 마음을 고쳐 먹었다.

 

1년 동안 무탈하게 아무일 없이 잘지나갔다.

 

아무일 없다기 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변화의 연속이었다.

 

1년 전 모두가 걱정 했던 그 반이,

1년 후 모두가 칭찬하는 반이 되었고

많은 선생님이 자기 담임반을 두고, 우리반 아이들과 공개수업을 진행했다.

 

"사람은 바꿔 쓸수가 없다."는 말이있다.

하지만, 교사로서 이 말을 믿고 싶진 않다.

바꿀 수 없다면, 교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에.

 

교사의 존재성은 학생들의 무한한 성장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렇게 예쁜 아이들을 졸업시키고

먹먹한 마음에 한참을 교실에 있다가 내려왔었다.

 

시간은 또 빠르게 흘러 신학기 생활에 정신 없을 때쯤 사고뭉치 1에게서 연락이 왔다.

 

교사란 사람들은 참 단순한 사람들이다.

 

학생들에 지치고, 학교 생활에 지쳐도,

 

이런 연락을 받으면 또 더 열심히 하자면서 힘을 내는 단순한 사람들이다.

 

늦은 밤 학생의 연락에 나까지 마음이 더 따뜻해지는 밤이었다.

 

적지 않은 시간동안 교직생활을 했지만, 여전히 내 다짐이 하나 있다.

 

"별로인 학생들 조차, 별로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