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8시 20분까지 교문 통과, 8시 30분까지 교실 입실을 규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학생이 학교 앞 편의점에서 놀다가 8시 20분 넘어서 어슬렁 어슬렁 들어온다.
학교 바로 옆 아파트에 사는 학생이 8시 25분 넘어서 헐레벌떡 뛰어온다.
역시 집 가까운 놈이 제일 지각 많이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인 것 같다.
나는 되도록 8시 30분 이전에 교실에 입실하려 한다.
조례는 8시 30분부터지만, 그전에 입실하여 학생들 상태를 체크하기 위함이다.
복도를 지나가며 다른 반들을 살펴본다.
8시 20분쯤 복도를 지나면 정말 가관이다.
모든 교실이 시끌벅적하다.
왜냐고?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며 온갖 욕과 소리를 지른다.
성인인 나조차, 심지어 욕을 좋아하는 나조차도 입에 담지도 못할 온갖 욕설을 내뱉는다.
보통은 상대방 부모님에 대한 욕, 장애를 비하하는 욕 등이다.
솔직히 난 그런 모습이 싫다.
교실이란 공간은 게임을 하며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우리반이 아니기에 못본척 하고 우리반으로 향한다.
우리반 아이들은 교실에 도착하자마자 휴대폰 수거함에 휴대폰을 넣는 것이 규칙화 되어있다.
그러지 않고 다른반 학생들처럼 휴대폰 게임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욕하다가 걸리면
담임과의 특별 면담이 기다리기에, 특별한 일 없고서야 대부분 다 낸다.
우리반이 된 학생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아침 조례 시간에 못자게 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성인들은 순간 의문이 들 것이다.
"아침 조례 시간에 못자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2000년대까지 학교를 다녔던 성인들은 의아하다.
하지만 세월이 흘렀고, 그 시간 동안 학교 현장도 많이 변했다.
그리고 아침 조례 시간에 잠
이것에 대해서 친구들과 토론을 한 적이 있다.
대부분 담임을 맡고 있기에 조례 시간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아침에 자게 내버려둔다 vs 깨운다"의 비율이 의외로 반반이 나왔다.
"아침에 자게 내버려둔다"는 담임 교사들의 입장은 다음과 같았다.
1.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므로, 자는 시간이 부족하다.
2. 아침에 안 자면, 수업시간에 잔다.
3. 자기 인생이다.(이걸로 민원 받기 싫다.)
4. 아침부터 자는 애를 깨워서 그 아이의 하루의 시작을 기분 나쁘게 하고 싶지 않다.
"아침에 깨운다"는 담임 교사들의 입장은 다음과 같았다.
1.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지만 잘 시간은 충분하다.
2. 아침에 자는 학생이, 과연 수업시간이라고 안 잘까?
3. 학생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다. 그건 방치다.
4. 아침에 잠을 자며 시작하는 하루는, 오히려 더 무기력하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깨운다고 기분 나빠할 것까지 교사가 눈치 봐야하는 것인가.
스타벅스에 앉아 8명이서 꽤나 오랫동안 토론 했다.
사실, 이것에 대한 정답은 없다.
우리가 다 다른 사람인 것 처럼 저마다의 교육관도 다 다르니까.
아마 주변 사람들은 우리가 정말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ㅋㅋㅋ
이 주제는 교육의 역할과 학생의 자율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에 대한 흥미로운 논의다.
양쪽의 입장이 모두 설득력 있는 점이 있지만, 학생의 상황과 맥락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해야 한다.
위의 토론을 바탕으로 양쪽 입장을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몇 가지 생각을 해보고자 한다.
1. 학생 개별 상황 이해하기
모든 학생이 같은 이유로 아침에 잠을 자는 것은 아니다.
- 학원으로 인한 피로: 학원이나 밤늦은 공부로 인해 수면 시간이 부족한 학생이 많다면, 잠을 자는 것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건강과 학습 효율을 위한 필수적인 휴식일 수 있다.
- 개인 습관 문제: 반면, 밤에 놀거나 늦게 자는 습관 때문에 피곤한 경우는 교사가 지도와 조언을 통해 개선해야 할 문제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깨우거나 내버려두는 방식보다는, 학생 개별 이유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2. 교사의 역할과 한계
교사의 역할은 가르치고 지도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학생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 깨우는 것이 지도인가?: 깨워서 주의를 환기시키고, 생활 습관 개선의 필요성을 알리는 것은 분명히 교사의 역할일 수 있다.
- 학생의 책임 존중: 그러나 교사의 지나친 간섭은 학생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기회를 잃을 수 있다. 스스로 피로를 해결하고 학습 효율을 높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은 결국 학생 본인의 몫이다.
3. 감정 관리와 분위기
아침에 깨우는 방식이나 태도는 학생의 하루를 좌우할 수 있다.
- 긍정적인 접근: 강압적으로 깨우기보다는 부드럽게 깨우거나, 격려의 말로 시작하면 학생도 덜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 균형 잡힌 조치: 모두에게 동일한 규칙을 적용하되,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컨디션이 안 좋거나 학생 상황에 따라 '유예 시간'을 줄 수도 있다.
4. 제도적 접근
이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학급 차원이나 학교 차원에서 아침 시간 활용 방안을 재검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 예를 들어, 아침 자율학습 시간 동안 휴식 시간을 허용하거나, 명상/스트레칭 시간을 도입해 몸과 마음을 깨우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결론
학생과 교사 모두를 고려한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깨우는 것이 꼭 잘못된 행동도, 내버려 두는 것이 반드시 옳은 행동도 아니다. 교사는 학생을 이해하고, 지도할 부분은 지도하며, 학생에게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인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삶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 이상적이다.
적지 않은 시간동안 교직 생활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것들이 어렵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학교 현장도 늘 유연하게 변해야 하며
학생들의 바뀜에 따라 교사의 지도법도 바껴야 한다.
그러니 학교란 곳은 비단 학생의 성장만 일어나는 곳이 아니라 교사의 성장도 일어나는 곳이다.
끊임없이 노력해야함이 때론 부담스럽겠지만, 이것이 바로 또 교직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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